‘전시장의 스타’ K-휴머노이드 ‘산업주역 전환’ 골든타임 왔다
‘전시장의 스타’ K-휴머노이드
‘산업주역 전환’ 골든타임 왔다
김민교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 기고 | 로봇신문 지면 게재
김민교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가 이노베이션 랩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한 주요 연구용 로봇과 연구 공간의 핵심 기능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2026년의 시작을 알린 ‘CES 2026’은 대한민국 로봇 산업의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무대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험실의 연구물’처럼 보였던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이제 세련된 디자인과 고도화된 피지컬 AI를 장착하고 관람객들 앞에서 유연하게 움직였다. ‘K-휴머노이드’가 글로벌 경쟁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으며 우리만의 독보적인 영역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지금, 우리는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이 화려한 로봇들을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제는 기술적 완성도를 뽐내는 단계를 지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상용화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빅웨이브로보틱스 역시 다양한 휴머노이드를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하기 위해 실제 공정 기반의 데이터 학습과 현장 실증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기술적 실상은 냉혹하다. 단일 공정을 학습시키는 데만 수 주가 소요되는 현재의 물리적 학습 속도로는 글로벌 상용화 경쟁에서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진정한 상용화의 승부처는 휴머노이드가 현장에 도착한 지 단 하루 만에 즉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로 타임(Zero-time) 투입’ 역량에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은 결국 압도적인 양의 데이터다. 우리나라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문제는 상용화의 임계치를 넘기 위한 데이터의 ‘절대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은 국가 주도로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저인망식으로 확보하며 기술 격차를 무섭게 벌리고 있다. 우리가 ‘실증의 경험’에 만족하고 있을 때, 경쟁국은 상용화를 위한 ‘데이터의 규모’를 완성해가고 있다. 이처럼 데이터 축적을 통해 도입 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하는 ‘속도전’은, 한 번 선점하면 후발주자가 결코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모든 로봇을 대체할 ‘범용 해결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는 그 형태에 특화된 고난도 공정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현장에는 여전히 기존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 물류 로봇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휴머노이드 역시 브랜드와 폼팩터에 따라 공정별로 최적화된 모델이 다르게 적용될 것이다.
데이터 축적·이종로봇 오케스트레이션 기술 확보 시급
RaaS 전문기업 키우고 글로벌 파트너십 확장 서둘러야
송준봉 빅웨이브로보틱스 부사장이 유비테크 Walker E 휴머노이드 로봇을 원격 조작(텔레오퍼레이션) 방식으로 시연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제조’ 환경은 휴머노이드 단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휴머노이드가 기존 로봇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기종의 로봇들을 하나의 지휘 체계 아래 통합 관리하는 ‘이종 로봇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기술이 필수적이다.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자체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로봇들이 현장에서 조화롭게 작동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 개발에도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휴머노이드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다. 피지컬 AI를 현장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는 고도의 AI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SI 기업은 이런 우수 인재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역량을 총결집해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놓고도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을 막으려면, AI 기술력과 현장 대응력을 동시에 갖춘 ‘휴머노이드 RaaS(Robotics as a Service) 전문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국내 생태계 정비와 동시에 글로벌 시장의 ‘혈관’인 현지 영업망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과거 협동로봇 시장을 석권한 유니버설 로봇(UR)의 성공 비결은 제품력 이전에 전 세계 거점에 구축한 강력한 채널 파트너(SI) 네트워크에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점유율 싸움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바로 이 ‘혈관’의 부재 때문이다. 한 번 선점된 파트너십은 후발 주자가 쉽게 균열을 낼 수 없는 강력한 해자(Moat)가 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서도 중국 휴머노이드가 미국 시장의 심장부를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니트리는 미국 현지 파트너인 ‘로보스토어’와 손잡고 시장을 선점 중이며, 유비테크 역시 전 세계 30개 이상의 핵심 파트너를 본사로 초청해 기술교육을 진행하며 우수 파트너를 선점하고 있다.
압도적인 가성비와 선제적 파트너십을 앞세운 중국은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정면 돌파하며 시장을 장악 중이다. 중국이 글로벌 파트너들을 독점하기 전에 우리만의 독자적인 채널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CES 2026이 단순한 기술 홍보의 장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전략적 발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2026년은 대한민국 휴머노이드가 ‘전시장의 스타’를 넘어 ‘산업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찰나의 성취에 도취하기엔 글로벌 선도 주자들의 행보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치밀하다. 현장 숙련도를 보장할 압도적인 데이터 생태계, 이종 로봇을 하나로 묶는 오케스트레이션 기반 기술, 휴머노이드 RaaS 전문기업 육성, 그리고 시장을 선점할 글로벌 파트너십. 이 네 가지 톱니바퀴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우리는 CES에서의 환호를 실제 산업 현장의 승전보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로봇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