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농장에 로봇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저희 엄마는 주변에서도 알아주는 활동가세요.
집에서도 절대 가만히 안계시는 스타일이신데,
요샌 자꾸 인터넷에서 유행하는걸
자꾸 따라해 보시더라구요
어느날은 갑자기 텃밭을 해보시겠다는거에요.
그래서 집 근처 작은 주말농장 분양받아서
쌈채소와 고추를 심으셨어요.
저는 ‘대체 ‘코로나 블루가 뭐에요?’ 할 정도로 집순이이지만,
(아마도 저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나봐요)
효도도 할 겸 엄마 텃밭에 한번 같이 가보기로 했습니다.
(출처: 수원뉴스)
8월 땡볕이었으니까
썬크림과 모자와 썬글라스, 마스크로 중무장하고요,
팔토시랑 목장갑까지 꼼꼼히 챙겨 나갔는데요,
‘아 정말 효도는 어려운거구나’ 느끼기까지 채 5분이 안걸리더라구요.
고작 한시간 반 남짓한 시간이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범벅에, 무릎은 끊어지는것 같고,
일어날때마다 현기증으로 세상이 핑핑돌고…
결국 집에와서 앓아 누웠어요!
나중에 은퇴하면 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생각은
농사에 대한 완벽한 무지에서 비롯한
아주 안일하고, 철없고, 터무니 없는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작은 규모로 농사짓는것도 너무 힘든일인데,
생계의 기반으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노고는 정말 대단하실 것 같아요.
-
오늘 소개해 드릴 로봇은,
아마 농사에 대한 이런 고충을 잘 알고있기에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root가 아니고 rcot로 보이는건 저뿐인가요 / 출처: https://youtu.be/Lh7NO7h7hAM)
이 친구의 이름은 버고 (Virgo) 입니다.
이름이 좀 이상하죠?
별자리 중 ‘처녀자리’를 뜻하는 단어랍니다.
버고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AI + 로봇 업체
루트 AI (Root AI) 라는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농업용 로봇입니다.
버고는 루트 AI에서 자체 개발한 비전센서를 이용,
작물이 얼마나 잘 익었는지 확인합니다.
그런 다음 사용자가 지정한 성숙도를 만족시켰다 싶으면
해당 과실을 수확하는겁니다.
(출처: Root AI / https://youtu.be/c-JduOfLEpc)
2018년 데모영상이 나왔을때도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는데요,
불과 1년만에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냈네요.
초기 버전은 협동로봇이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가며
살펴본다음 두개의 손가락으로 ‘당겨서’ 따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출처: Root AI)
2019년 출시된 정식 버전은 스카라 로봇이
직선모션으로 움직이며, 세개의 손가락으로 ‘돌려서’ 따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스냅이 좋네요 / 출처: Root AI 유튜브 영상 캡쳐 )
예측해보건대, 한 줄기에 있는 열매들을 다 딴 후에
다음은 어디로 갈 것인가, 불규칙하게 자란 작물에서 열매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모션으로 살펴보아야 효율적이고, 비전 센서가 작물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게 할 것인가 등등 고민이 아주 많았을것 같습니다.
예를들어, 오이를 따는데
로봇이 고개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길쭉하지 않고 어두운 동그라미만 보일거잖아요.
그런데 고맙게도 중력이라는게 있어서
대부분의 작물들이 수직으로 위치하고있으니 로봇은 그냥 직선으로 이동하면서
로봇의 양 옆으로 보이는 작물들을 수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네요.
물론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는 점도
아주 중요한 개선 포인트고요.
(출처: Root AI)
그럼 버고가 일반적인
비전 센서 + 그리퍼를 결합해 만드는
공정들과 뭐가 그렇게 다르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일까요?
그 비결은 제조사인 루트 AI의 AI 기술에 있다고 봅니다.
버고에 탑재된 소프트웨어는
계속해서 수집되는 비전 이미지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작물의 성숙도를 점점 완벽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니,
즉시 출하 해 소비자의 식탁에 올릴 수 있는
‘딱 적당히’ 익은 작물들만 수확해낼 수 있는것이죠.
실제로 시연 영상을 보시면
여러 열매들 사이에서 아주 잘 익어보이는 토마토만
놀라울 정도로 쏙쏙 골라서 수확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하나의 로봇이 배운것을,
다른 버고들에게 공유해서 함께 똑똑해질수가 있죠!
(이거 부럽네요! 옆친구가 공부하면 나도 같이 똑똑해짐)
(출처: Root AI 유튜브 영상 캡쳐)
그리고 모바일 AGV에 로봇이 올라가 있는 형태로, 자율 주행이 가능하기때문에
초반 세팅 후 일시켜놓으면 군소리없이 알아서 바구니 가득하게 수확을 해놓죠.
작물을 수확하는 ‘손가락’들도
신용카드보다 더 유연한 재질의 식품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였고,
세척도 간편해서, 작물을 손상시키지 않고 위생적으로 수확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이 얇고, 키도 적당해서
줄기가 복잡하게 덩쿨로 자라는 식물에서
열매를 수확할때 특히나 더 유용하겠네요.
아참, 그리고 어두운 밤에도 일할 수 있게
로봇 셀에 아예 조명을 달아버렸습니다.
ROI (투자금 회수)는 중요하니까요!!
(로봇 노동력 착취의 현장 / 출처: Root AI 유튜브 영상 캡쳐)
현재 버고는 미국, 캐나다 등지의 농장에 시범 투입이 되어 있구요,
우선 방울토마토 수확에 집중하다가 오이, 딸기, 피망 등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작물로 사용 확대 예정이라고 합니다.
버고는 빠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 하여
일반 농장에도 보급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버고가 하루빨리 도입되어서
감염병 유행으로 더더욱 일손이 부족해진 이때,
밤낮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농민 여러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