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계의 큰 손, 소프트뱅크에게 4천억을 투자 받고도 실패한 스타트업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투자 계의 큰 손, 소프트 뱅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한 피자 업체에 무려 3억 75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우리 돈으로는 약 4300억 원인데요. 웬 피자 업체에 몇 천 억 원짜리 투자를 할 수 있나 싶으실 겁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벌써 알아채셨을텐데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피자 업체라는 사실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첨단 기술로 유명한 실리콘 밸리. 이 곳에서 태어난 로봇이 만드는 피자, 바로 '줌피자Zume Pizza'입니다.
출처=Zume Inc.
줌피자는 2015년 설립 이후, 피자 조리를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을 시도해왔습니다. 많은 음식들 중에서도 로봇을 활용하는데에 왜 하필 피자인가 생각해보면 그 답은 간단합니다. 우선 피자는 남녀노소에게 모두 인기가 많고 아무리 토핑이 다양한 토핑이 올라가도 조리 과정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 있는 줌 피자 공장인데요, 우리에게 친숙한 ‘로봇 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출처=Bloomberg
줌 피자의 로봇들은 철처하게 분업화가 되어있는데요. ‘반죽 펴기, 토마토 소스 뿌리고 비벼서 바르기, 오븐에 넣기, 빼기, 자르기’ 작업을 각각 ‘도우봇, 페페와 존 그리고 마르타, 브루노, 빈첸시오’라는 이름의 로봇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로봇에도 이름을 붙이니 마치 피자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는 듯 합니다. 이 직원들 아니 전용기와 델타 로봇, 6축 로봇, 컨베이어 등으로 구성된 라인에서 1시간 만들 수 있는 최대 피자는 무려 120개 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죽 펴기부터 소스 바르기, 굽기 등 이렇게 잘 구현해 놓은 조리 공정은 뒤로 하고, 막상 토핑 작업은 사람이 한다고 합니다. 토핑 여러개를 골고루 뿌리는 작업까지는 개발이 까다로웠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줌피자의 피자 혁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로봇이 만든 맛있는 피자를 가장 따뜻하게 배달하기 위해 '가는 길에 구워주는Baked on the Way'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트럭 내부 사진 / 출처=Zume Inc.
줌 피자의 거대한 트럭 안에는 6개의 오븐이 장착되어있습니다. 오븐을 장착한 트럭이 실리콘밸리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고객이 피자를 주문하면, 배달 받는 장소에 도착하기 4분 전에 피자를 굽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서 고객은 피자 치즈가 살아있는 ‘갓 구운’ 피자를 주문한지 22분 내에 받아보게 되는 것이죠. 그리하여 싱싱한 피자(?)를 배달하겠다는 줌 피자의 비전은 소프트뱅크를 감동시켜 무려 4300억 원을 투자 받기에 이릅니다.
출처=https://www.pmq.com/zume-pizza-gets-375-million-from-single-investor/
소프트뱅크의 통 큰 투자 덕분에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로 껑충 뛴 줌피자였는데요. 이렇게 파란만장할 줄 알았던 줌피자의 사업은 얼마 못 가 바로 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출처=줌피자
투자 이후 미국 주요 도시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줌피자는 2020년 초에 공식적으로 피자 사업을 접고 직원의 반을 정리 해고 했습니다. 이로 인해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는 위워크, 우버 등에 대한 투자 실패로 2016년 펀드 출범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9년 3분기 7002억엔 (약 7조 4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몇 천 억 원 짜리 투자를 받고도 실패한 줌 피자의 실패를 분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은 바로 피자의 '맛'이었습니다. 로봇이 만드는 피자, 갓 구워낸 피자라는 타이틀은 초반의 주목과 관심을 끌기에만 유용했던 것이죠. 또 큰 트럭이 움직이다 보니, 과속방지턱이나 커브길에서 토핑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등 조리 과정에서 피자가 망가지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출처=https://youtu.be/YZ0gyqsKT8c
그리고 줌피자는 친환경 포장재 및 식자재 판매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피자를 만들다 갑자기 포장재라니 생각지도 못한 사업 아이템 변경입니다. 거액의 투자를 받고도 실패한 후 좌절하지 않는 줌 피자를 보니 큰 감명이 느껴지네요. 이 업체가 다시 한번 거액의 투자를 받고 승승장구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