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할 때 챙겨야하는 인감 도장? 아니 로봇으로 대체합니다
일본에서는 택배를 주문하면 꼭 현장에서 고객에게 직접 전달해줘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택배 기사가 여러 차례 방문을 하고 서명까지 받아야 해서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았죠. 물건의 손상 가능성, 정확한 전달 여부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일본 택배 전체 배송량의 20%가 재배달 화물이고 택배비도 한국의 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본에서는 원칙을 고수하며 아직도 남아있는 문화들이 많은데요. 또 하나는 바로 '인감 도장' 문화입니다. 일각에서는 일본 사회의 디지털화가 지지부진한 요인으로 뿌리 깊게 남아있는 인감 문화를 꼽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일본의 도장 업계가 사활을 걸고 정치권에 로비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인감 문화를 완전 디지털화 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일본의 산업 현장에서는 날인 작업이 굉장히 많은데 이게 굉장히 귀찮은 일이라 최근에는 대신 도장을 찍어주는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로봇 기업 덴소 웨이브와 히타치 캐피털, 히타치 시스템즈 등 3사가 공동 개발한 자동 날인 로봇은 소형 로봇팔 두 대와 문서 인식용 스캔 카메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팔이 서류를 넘기면 카메라가 문서를 촬영해 도장을 찍는 칸이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는 것인데요.
그러면 다른 로봇팔이 인감 도장을 집어 인주를 묻히고 찍어야 할 칸에 도장을 찍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서류를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직접 도장을 찍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 로봇이 있으면 자동으로 날인 작업을 해주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대여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며 서류 전자화가 진행되지 않은 금융기관이나 지자체를 중심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자동 날인 로봇을 두고 일본에서는 서류 전자화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 하는 기술이라며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오랜 원칙으로 굳어진 인감 문화를 굳이 계속해서 살려야 하는 것인데요. 일본 네티즌들의 말에 따르면 오직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로봇 기술이라며 자조적인 표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일본에서 인감 도장 문화를 뿌리 뽑기란 참으로 쉽지 않아 보이죠. 심지어는 지난 9월 개각 때 일본의 인감 문화를 지키는 의원 연맹의 회장인 다케모토 나오카즈 중원 의원이 IT 담당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아이러니하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다케모토 나오카즈 의원에 따르면 인감을 찍고 이를 스캔해 온라인화 하는 방식 등을 언급하며 디지털 문화와 인감 문화는 공생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자동 날인 로봇이 바로 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게 보면 '공생'이라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이 현상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