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게 얼굴을 빌려주면 2억, 하시겠습니까?

헤일리2022.01.2010476

 

러시아의 로봇제조업체 프로모봇(Promobot)에서 2023년부터 2억 원의 대가를 받고 호텔, 쇼핑몰, 공항 등에서 사용할 차기 휴머노이드 로봇의 '얼굴'이 되어줄 지원자를 모집했습니다. 나이는 25세 이상의 성인으로, 서비스 업종에 근무해야하기 때문에 친절한 얼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모델이 되면 자신의 얼굴과 몸을 3D 스캐닝해 프로모봇과 공유해야 하고 로봇의 음성자료를 위해 100시간가량 녹음까지 해야하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 공고에 며칠 새 2만 명 가량이 응시해 조기 마감 되었는데요. 생각보다 큰 2억 원이라는 금액에 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긴 했지만, 수많은 로봇이 해당 얼굴·신체와 목소리를 모방해 만들어지는데 이에 대해 영원히 동의해야 한다는 점을 미루어 보면 돈으로 책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에게 익숙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각해보면 '소피아'를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피아는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질감의 표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의사소통은 물론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뒷통수는 여전히 뚫려 있고 머리카락도 없으며 표정도 사람과 완전히 비슷하지 않아 오히려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이럴 때 등장 하는 것이 바로 '언캐니밸리(불쾌한 골짜기)' 이론입니다.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사람과 점점 닮아질수록 사람이 그 대상에 가지는 호감도는 높아지지만, 진짜 사람을 완벽하게 닮기 직전의 상태가 되면 오히려 호감도는 가장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이죠.

이번에 프로모봇에서 사람의 얼굴을 빌리고자 하는 것도 이러한 이론에 비롯되었는데요. 최신 기술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얼굴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로봇이 사람들의 호감도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요?


 

프로모봇은 '세계 가전박람회(CES)'에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너거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시했다가 해당 배우로부터 약 120억 원 규모의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약간 다릅니다. 실제 사람의 얼굴을 본따 만들었다고 해도, 현재의 로봇 공학 기술로는 완전히 사람 같은 로봇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겉모습을 똑같이 재현 했음에도 행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캐니 밸리 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모봇의 이러한 공고를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보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역시"아직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 목적이 더 크다" 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로봇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 사람과 로봇의 경계가 모호해지는데 이 때 로봇을 수단적으로 여기는 태도가 실제 사람을 대할 때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제기 되는 상황에서 프로모봇은 또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다른 모집 공고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로봇 공학 기술의 진보가 우리에게 또 어떤 세상을 열어 줄 지, 일단 지금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