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패한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겁니다" 알파고, 5년 후 지금의 바둑

헤일리2021.06.2310490


지난 2016년 3월 15일, 세계 최초였던 인간 바둑 기사와 인공 지능의 바둑 대결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세돌 바둑 9단과 인공 지능 AI 컴퓨터 '알파고*'의 대결이었죠. 알파고는 알파벳의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프로 기사를 맞바둑으로 이긴 최초의 프로그램입니다. 
*알파고 : 알파고의 이름에서 'Go'는 일본어로 바둑을 뜻하는 碁(바둑 기. 일본어 음독은 "고")를 의미함.



이 알파고는 자기 자신과의 자가대국을 통해 스스로 학습이 가능했습니다. 대회에 출전하기 전 사내 테스트 결과 다른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을 상대로 495전 494승 1패를 기록했는데요. 이 중 1패는 알파고의 실수로 졌다고 하며 그 약점은 이미 보완이 완벽하게 끝났기 때문에 명실공히 현 최강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바둑 최강국임을 자부하며 10년 넘게 바둑 인공지능을 개발해오던 한국, 중국, 일본의 개발자들은 그 모든 기술과 노하우들이 고작 개발 1년이 좀 넘은 알파고가 발표됨과 동시에 전부 따라잡히며 성능으로도 엄청난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공 지능 알파고의 컴퓨터

 

대결을 하기 전, 사람들은 알파고가 기계이기 때문에 계산에 강해 후반부에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초중반에는 사람의 직관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중반이 판단해야 할 가짓 수가 많아 세력이니 직관이니 하는 인간의 어설픈 시각이 기계의 계산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초중반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알파고는 후반부에 가서 마치 버그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대충 두기 시작했는데요. 딱 이길만큼만 물러나기 때문에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꺾고 4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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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그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인간 바둑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진행되었습니다. 인공지능 AI 바둑 기사가 등장하고 인간의 바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1. 이제는 당연해진 3.3 침투

 

대표적으로 예전에는 상대의 화점에 대해 바로 3의 3으로 침투하는 것이 지나치게 실리적인 수였던 반면, 인공지능은 '묻지마33 권법'이라고 불릴 만큼 이 수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바둑 판에서는 극초반의 3.3 침투가 누구나 다 하는 정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2. 더욱 더 당연해진 복기의 중요성

 

복기를 통해 여러가지 수를 시험해 보고 그 수를 다른 대국에서 써먹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기존에 복기를 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고정관념 하에서 서로 아는 부분은 제외하고 문제 수들만 복기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경기 전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복기를 해야 하는 시대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3. 인간 바둑의 업그레이드

 

프로 기사들이 인공지능 AI로 바둑을 훈련하자 그 실력 역시 상향 평준화 되었는데요. 3-3 수법이 대중화 되고 이전보다 포석이 다양해지는 등 바둑 최강자인 중국의 커제 9단은 더 이상 최강자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불만을 표할 정도라고 합니다.

 


 

4. 개성은 없어도 되지만 약점은 있으면 안 된다

 

프로 기사들의 수를 보면 각자의 개성이 그려지는데요. 인공지능 바둑 기사가 등장하고 난 이래로는 개성보다 약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성보다 약점이라니, 어쩐지 씁쓸하네요.
 

 

 

제 001호 명예 九단 알파고. 귀하는 평소 기도연마에 정진하고 기사로서 인격도야에 힘써 기품이 입신의 역에 이르렀으므로 九단을 면허합니다. 2016년 3월 15일 재단법인 한국기원 총재 홍석현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4승 1패로 승리한 알파고는 2016년 3월 15일 한국기원에서 (명예) 프로 九단 단증을 수여하게 되어 알파고 九단이 되었습니다. 또한, 객원기사 자격으로 한국기원에 등록되었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지만 언제든지 한국기원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세돌이 아닌 다른 한국 프로 기사들과의 대결이 기다려지는데요. 심지어는 세계 바둑 Elo 레이팅 점수 1위를 차지했었지만, 현재는 알파고 개발진측에서 물러나기로 선언한 뒤로 모든 기록이 말소되었다고 합니다.


 

출처=비디오머그 유튜브 캡쳐

 

알파고가 프로 바둑 기사와 둔 대결에서 얻은 공식 전적은 13전 12승 1패입니다. 여기서 남긴 1패가 바로 이세돌 9단과 겨루었던 바로 그 4국인데요. 알파고의 초읽기에도 굴하지 않고 경이로운 첫 승을 거두었습니다. 알파고는 87수 이래로 계속해서 잇따른 실수를 보여줬었죠. 13세에 프로에 입단하고 18세에 32연승을 거둔 이세돌 9단의 바둑 실력이 엿보이는 멋진 경기였습니다. 그의 말대로 아직 인간이 패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다가오는 인공지능의 진화에 따라, '인간 지능'도 못지 않게 진화해야겠습니다.